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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프라도미술관

by 0**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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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 프라도 미술관

 

 

아름다움에 시선이 빼앗겼던 적이 있는가?

 

어떤 이는 늦은 오후 길을 재촉하다 마주한 노을지는 태양을 보고,

아침 녘 서서히 걷히던 안개 뒤의 풍광을 보고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수 있다.

어떤 이는 건너편 도로를 빠져나가는 멋지게 빠진 자동차에, 길을 걷다 우연히 스쳐간 이성에서 그러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아마, 강렬한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무언가를 마주한 적이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한 점의 그림은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림을 보지만,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고, 어떠한 사진보다 생생한 감정의 포착은 찰나에 마주한 어떠한 아름다움보다 못지 않으리라.

 

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작품이다.

1443 El Descendimiento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인물들의 생생한 감정의 묘사는 내가 마치 그 자리에 함께하는듯한 느낌을 주면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무언가가 깊게 느껴지게 한다.

 

예수께서 십자가 형벌로 죽으시고, 매장을 위해 내려지고 있다.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마리아는 결국 실신하고 만다.

죽은 예수보다 더 창백한 얼굴빛은 그의 슬픔이 죽음보다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슬픔에 보는 이들에 감정이 이입된다.

사랑하는 선생을 잃은 사도 요한은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도 큰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계속 슬퍼할 수만은 없다. 자신보다 더 큰 슬픔에 쓰러진 마리아를 그는 챙겨야 한다.

그리고, 예수께서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씀을 그는 지켜야 한다.

 

예수께서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요한복음 19:26-27

 

붉게 물든 그의 눈시울과 코끝은 슬픔을 참아내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막을 수 없음이 비친다.

누가 아리마대 사람 요셉인지도 알 수 있다.

사형당한 죄수의 시신을 감히 로마 총독에게 가져갈 수 있게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있고, 경제적으로도 능력이 있던 아리마대 요셉이었다. 그는 자신 소유의 개인 무덤에 예수의 시신을 옮기기 위해 그 자리에 같이 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입기 어려운 고급스런 외투와, 그 목부분과 옷 끝자락에 달린 털 모피와 가죽 신발을 보면 그의 부와 지위를 알 수 있다.

 

 

화가는 어찌 그 디테일에 신경을 썼던지 예수의 흘린 피마저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옆구리에 깊게 파인 상처와 그곳에서 흘려내린 피는 어찌나 붉은지 얇은 천 사이로도 비치고, 못 박힌 발등에서 흘러나온 피는 발가락 사이사이로 흘러 내려가고 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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