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 기타와 스페인 Segovia
세고비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세고비아 기타일 것이다.
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입학선물로 세고비아 기타 받으면 가장 큰 선물로 여겨졌고, 나름 기타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런데, 스페인에 Segovia라는 동네가 있다.
발음도 같다. 역시 기타의 고장인가 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고비아 기타와 세고비아 동네는 사실 아무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그 세고비아는 그 세고비아가 아닌가?
사실 기타브랜드 세고비아는 다른 이름에서 따왔다.
20세기 모든 악기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악기 연주자라고 스페인 사람들이 자부하는 한 사람이 있다.
"안드레스 세고비아"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브랜드가 세고비아 기타이다.
안드레스 세고비아나 세고비아 기타말고,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약 60km떨어진 곳에 세고비아라는 지역이 있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동네이다.
세고비아는 지역 이름이다.
이 도시는 로마인들이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700년 전부터 이베르인들이 살긴 했지만,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이들이 로마인이다.
로마군대에 직무했던 이들은 전역 후 로마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로마 시민권이 있는 이들에게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공공 목욕탕을 이용할 도시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는데 로마는 그들을 위해서 도시 안에 상수도 시설을 만들게 된다.
해발 1000m의 지역에 물을 끌어오기 위해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하게 된다. 그들은 17km 이상 떨어진 과달라마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Rio Frio 일명 차가운 강이라는 뜻을 가진 리오프리오에서 물을 끌어 온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기펌프로 물을 밀어 주는 것이 아니기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성질을 그대로 이용했다.
약 17km를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여 도시 안으로 물을 끌어 온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로마 수도교이다.
도시안에서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고자 건축물이 놓여지게 되었고, 그 웅장한 건축물은 지금도 도시를 지키고 있다.
로마황제 트라야누스 시대에 건축되었다고 추정되는 수도교는 시멘트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의 돌들만을 차곡차곡 쌓아서 만들었다.
세고비아 로마수도교의 불가사의 한 것은 이천년 전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토목기술과 보이지도 않는 17km의 거리 동안에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물을 끌고 온 측량, 토목기술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후로 어떠한 자연재해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도 불가사의다.
수도교는 약 백년 전까지도 사용했었고, 현재는 더 이상 물길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수만 한다면 다시 물길을 이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보존도 잘 되어 있다.
짙푸르게 물든 하늘과 이천년 전 로마건축물,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과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에 세고비아라는 멋진 이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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