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건초 수레와 같다. 우리 인간은 될 수 있는 한 더 많이 갖고자 욕심낸다
히에로무스 보쉬 '건초더미', 탐욕의 인간
17세기 이전까지 고전미술에서 화가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문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화가의 역할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은 예술가이기 보다는 장인의 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주문처는 보통 왕실, 귀족, 종교단체였으며, 주제는 거기에 따라 초상화, 신화, 종교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간혹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지만, 벨라스케스와 같이 왕실의 전폭적인 총애를 받는 이 정도로, 주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어떠한 그림을 그려도 팔릴 거라는 자신이 있는 화가는 소수에 불가 했다.
플랑드르 지역의 경제적인 부흥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여러 혜택으로 다가 왔고, 여기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은 화가로 보쉬가 있다.
히에로무스 보쉬는 재정적인 후원이 있었고 그 자신감으로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의 건초더미라는 작품이다.
"쾌락의 정원"이라는 작품과 유사하게 세폭화로 되어있고, 에덴동산, 현실세상, 지옥(심판의공간)이라는 주제도 비슷하다.
첫번째는 에덴동산에서 잠든 아담과 그의 갈빗대를 취하여 하와가 탄생한 장면이다. 그리고 옆에는 뱀에게 선악과의 유혹을 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아래쪽에 칼든 천사 옆에 아담과 하와는 알몸을 감추려고 하는 것을 보니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을 떠나는 장면이다.
다음 장면에서는 권력을 상징하는 말을 탄 왕들과 교황, 뒤를 잇는 귀족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거짓으로 여인의 남은 금니까지도 빼가는 사람과 탐욕으로 백성들의 곡식을 빼앗아가는 성직자가 묘사되어 있다.
이는 플랑드르 지역의 속담에서 기인한다.
세상은 건초 수레와 같다. 우리 인간은 될 수 있는 한 더 많이 갖고자 욕심낸다
플랑드르 속담
피테르 브뤼헬 역시 인간의 욕망의 허무함을 건초더미를 올라가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건초더미 위에 올라가려고 애쓰지만, 그 곳에는 별 다른 것이 없다.
의미없는 추구와 끝이 없는 탐욕, 결과의 공허함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그들의 결말은 마지막 그림에서 나타난다.
결국, 죄의 결말은 심판이며, 심판은 삶의 욕망과 탐욕에서의 되갚음이다.
보쉬는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욕망에 찌든 인간에 대한 고발과 함께, 인생의 공허함, 그 결과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림을 통해 탐욕의 삶, 죄에 대한 고민과 돌이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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