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작품 시녀들 그림속 이야기 첫번째.
프라도 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약 8000여 점의 작품 중에 1865점 가량을 상설 전시하고, 나머지는 특별 전시 등을 통해서 공개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외부에 대관하여 유명 화가, 유명 작품을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모든 작품들 중에 유일하게 단 한점, 외부에 대관하지 않는 작품이 있다.
바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가운데 서 있는 작은 숙녀가 '마르가리따 공주'다.
그 양 옆으로 시녀들이 있다. 이들은 무수리 몸종이 아니다. 당시에 왕실 자녀들은 귀족 자녀들과 함께 왕궁 내에서 어울리고 성장했다. 왕자나 공주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그들을 옆에서 돕는 역할을 성인이 되어서 까지 하여, 국정의 조력자로 함께 하기도 한다.
그들도 능력있는 귀족 집안의 자녀들이다.
그리고, 전면 오른쪽에 왕실 난장이 마리바리볼리와 니콜라시또도 있다.
아래 쪽에는 왕실에서 선호하는 '마스팅' 혈통의 개도 함께 한다.
왼편으로 보면 한 남자가 우리를 응시하면서 서 있다.
구부러진 수염을 가진 그는 거대한 캔버스 앞에 붓을 들고 서 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다.
여기에서 몇 개의 질문을 던져보자.
화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누굴 보고 있는가?
-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벨라스케스는 과연 누구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를 그리고 있는가? 공주가 그려져 있는데?
공주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를 보고 있는데?
'과연 벨라스케스는 누구를 그리고 있는가'
이를 벨라스케스의 수수께끼라 한다.
첫번째 이야기. 거울 속 인물에 힌트가 있다.
뒷쪽 거울에 비치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아래의 인물들이다.
당시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4세와 그의 아내 마리아나 왕비다.
그림 속 첫번째 이야기는 이렇다.
왕과 왕비를 모델로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모델도 쉽지 않은데, 그림 모델은 더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왕과 왕비는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서 그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왕실 광대 난장이들이 흥을 돋우러 와 있다.
난장이들은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왕실의 개는 졸고 있다.
"나는 힘들게 일하는데 너는 졸고 있어?" 하면서 오른쪽 끝 니콜라시또는 심술궂게 졸고 있는 개를 발로 차고 있다.
그 때 사랑스런 5살 공주가 엄마, 아빠를 만나러 온 장면을 화가가 포착해서 그렸다는 설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도 헛점이 있다.
우선 화가가 전면, 즉 우리가 있는 지점에 있는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다면 거울 속의 위치가 부자연스럽다.
거울 앞에 바로 서 있어야 그런 모습이 비췬다.
모델과 거울의 거리를 얼추 계산해 보면 이렇게 비췰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야기란 무엇일까?
벨라스케스 시녀들 그림속 이야기 두번째.
시녀들 그림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이는 가운데 있는 마르가리따 공주다.
중앙 전면에서 어린아이 시선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자연스럽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벨라스케스는 과연 누구를 그리고 있는가?' 에서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 부부를 그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헌데, 모델과 거울의 거리를 보았을 때 자연스럽지 않음이 지적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는 화가 전면에 즉,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가 있는 위치에 커다란 거울이 있다는 거다.
커다란 거울을 보고 화가가 마르가리따 공주를 그리고 있는 현장을 묘사했다고 본다.
당시의 왕실 자녀들은 어릴때 이미 혼처가 결정되었다. 마르가리따 역시 당시 신성 로마제국 황제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기로 결정되었다.
벨라스케스는 왕실 화가로서 신성 로마제국 황제에게 아내가 될 공주의 그림을 그려 보냈다.
성장 앨범을 만들듯 "당신의 아내가 될 공주는 이렇게 아름답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전해줬다.
막 돌이 지날 무렵부터 5살, 9살 정도가 될 때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시녀들' 안에 공주를 보자.
윗 그림들과 시녀들 안의 공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세 그림은 모두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도 셀카를 찍을 때 좀 더 자신 있거나 예쁜 방향을 선호하는 것 처럼 공주의 그림들을 보면 왼쪽 모습을 선호한 것 같다. 그런데 '시녀들' 에서만은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거울에 비친 공주를 그리고 있다는 것에 설득력이 생기지 않는가?
두번째 이야기는 전면에 커다란 거울을 두고, 레오폴트 1세 황제에게 보낼 공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때 왕실 사람들이 자연스레 주변에 함께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 역시 그림 속 내용을 모두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왕과 왕비는 어디에 있는가? 화가는 다른 그림에서는 공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리다가 왜 이번 그림만 다른 장면을 썼을까?
그래서 '시녀들' 에 대한 다른 해석 세번째 이야기가 있다.
벨라스케스작품 시녀들 그림속 이야기 세번째.
앞서 두 이야기의 주인공은 왕실 가족이었다.
그림에서 가장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가?
왼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캔버스.
천장에 닿을 듯한 거대한 캔버스는 그림 안의 그림을 그릴 공간으로,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공주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숨겨진 왕과 왕비의 공간으로 해석도 가능하지만,
캔버스의 주인 벨라스케스를 보자.
중앙에서 비껴져 있지만, 잘 완성된 연극의 흐름을 감독하는 무대 뒤에 연출가 처럼, 그는 이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그 곳에 서 있다.
las meninas 디에고 벨라스케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스물네살에 왕실 화가가 된 그는 펠리페 4세의 지속적인 총애를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화가는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 대우와 인식이 있었고, 잘 해야 장인 정도로 인정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벨라스케스는 가장 신뢰하는 왕의 측근으로서, 왕을 언제나 가까이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왕실의 행사와 의전을 담당하는 총 책임자였다. 그가 '브레다 성의 함락'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외교관과 역사 기록자 로써의 역할까지 담당했었기 때문이다.
왕은 그를 항상 곁에 두고 싶었고, 많은 권한 까지도 허락했다.
그리고, 화가의 작업실을 자신의 거처 가까운 곳에 두게 하였다. 왕의 아들 카를로스 왕자의 방을 그의 작업실로 내 준 것이다.
합스부르크가의 순혈을 유지하고자 근친혼을 했던 당시 왕가의 자녀들은 유전병이 있었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였다.
다행히 왕자 카를로스는 부정교합(주걱턱) 외에 큰 병이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천연두로 세상을 뜨고 만다.
자신의 후계를 잃은 펠리페 4세는 벨라스케스의 작품과 그를 통해 위로를 받게 되고, 아들의 방을 내 주기까지 한다. 그것은 그만큼의 신뢰를 상징한다.
마음이 답답하고 국정의 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펠리페 4세는 화가의 작업실을 자주 찾았고, 벨라스케스는 왕과 그의 가족들의 그 순간을 머리속에 사진처럼 기억하고 있다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시녀들' 그림에서 그가 그리고 있었던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 이었다고도 해석한다.
이 모든 이야기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은 무엇일까?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풀이하지 못했다.
위치에 따라서도 구도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
내셔널갤러리 최연소 관장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영국 예술협의회 회장이었던 케네스 클라크는 '마법과 같은 그림이다' 고도 해석했다.
화가는 우리에게 정답을 말해 주지 않고, 오늘도 그 곳에서 우리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벨라스케스 그는 과연 누구를 그리고 있는가?
아무도 풀지 못한 벨라스케스의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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