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가족들을 그릴 때, 모두들 모아 한꺼번에 그릴 수가 없다.
사진 찍듯이 한 번에 할 수 없기에 사전에 한 명씩 만나 각자의 초상을 그린다.
그리고, 한 명씩 자신의 머릿속으로 불러내어 함께하는 가족의 초상을 완성시킨다.
스페인 3대 대표 화가 프란치시코 고야의 대표적 까를로스 4세 가족 초상이다.
왕실의 가족들을 그린 그림인데, 이상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가?
보통 주인공이 위치는 어디일까? 중앙, 가운데 부분이 아닌가? 왕실의 주인공이라면 당연 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할 터인데, 위 그림에서는 왕이 아닌 웬 여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이가 마리아 루이사, 당시 스페인의 왕 까를로스 4세의 아내이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기와 치욕의 시대가 까를로스 4세 시대이다.
아버지(카를로스 3세)로부터 "Tonto"(똔또)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능했던 까를로스 4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냥과 유흥 즐기기만 좋아했다.
그 대신 권력을 쥐고 정치를 하는 실세는 아내 마리아 루이사 왕비였다.
권력의 중심이 왕이 아닌 왕비에게 있음을 고야는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왕비는 호색한으로 유명했는데 21살의 경비대 청년을 자신의 정부로 삼았고, 27살에는 총리로 임명한다. 그가 마누엘 고도이다.
왕비는 23번 임신을 했고, 14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상당수의 자녀가 외도를 통해 얻은 자녀라고 전해오고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왕비 오른손을 잡고 있는 남자아이는 Francisco de paula 왕자다.
아버지 까를로스를 거의 닮지 않고, 마누엘 고도이와 이미지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당시에 고도이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왼쪽에 있는 공주의 머리에 꽂혀있는 머리핀은 큐피드의 화살이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이는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럼 이 화살은 누구에게 쏴야 하는가? 처녀에게 유부녀에게?
당연히 처녀에게 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왕비 역시 공주와 같은 머리핀을 하고 있다. 왕비의 허영심을 표현하고 있다.
이 머리핀은 고도이의 선물이라 한다. 공주 역시 고도이 딸이라 의심이 있었고, 고야는 그림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중앙에서 비껴 서 있는 왕은, 위엄 있어 보이지 않고 약간 낮술에 취한 듯,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관심 없고, 생각도 없는 듯 보이지 않는가?
한 마디로 살짝 띨(?) 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무능한 왕 까를로스 4세, 호색한 왕비 마리아루이사 그리고 부패한 총리 마누엘 고도이까지 이들을 일컬어 "속세의 삼위일체"라 불렀다.
결국, 그들로 인해 스페인은 치욕스러운 역사를 가지게 된다.
나폴레옹 군대는 1808년 스페인 왕실을 모두 폐위시키고, 나폴레옹의 형 호세 보나파르트가 스페인의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외국 군대의 주둔과 결국은 권력 이양까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이들이다. 자신들의 초상을 남길 때 왕실 일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신들을 향한 평가가 어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고야는 그림을 통해 스페인의 역사를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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