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못 받았다고?
괜찮다.
스페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도 선물을 받지 못했다.
스페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
5월 5일 어린이날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에게 이 날들의 하이라이트는 기다렸던 선물이 아닐까? 그런데 선물이 없다니...
대신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는 날이 동방박사의 날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받지 못했던 선물을 받는 날이니 어찌 어린이날 같지 않겠는가.
(요즘은 바뀌고는 있다. 크리스마스 뿐만이 아닌 연중 여러 날 선물들을 받는다. 그리고 스페인에 정식 어린이날은 4월 15일이다.)
동방박사의 날이 되면, 스페인 전국의 아이들은 설레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일 년 동안 고대하던 선물을 받는 것도 그렇지만, 다양한 볼거리도 많다.
각 마을마다 Cabalgata(까발가따)라고 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한껏 꾸미고, 장식한 마차와 자동차 행진 행렬이 흥겨운 음악소리에 맞춰 마을의 큰 길들을 지나간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껏 신난다.
스페인 전 지역 도시마다 행진이 진행된다. (사진출처. Malagahoy.es, Huelvasbuenasnoticias, okdiario.com)
행진 그룹의 멋진 볼거리와 음악도 좋지만, 가장 신나는 순간은 동방박사로 변한 이들이 사탕을 던져 줄 때다.
거의 1시간 이상 진행되는 행진 동안, 쉴 새 없는 사탕 세례가 이어진다.
떨어진 사탕을 줍기도 하지만, 아예 봉다리를 준비해서 받아 가거나, 단단한 준비를 하는 경우에는 우산을 뒤집어서 받기도 한다.
이날 받은 사탕은 거의 일 년 내내 먹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사탕을 던져주고 받는 사람들 (사진출처. Elpais.com, elcorredeandalucia y elmundo.es)
그렇다면, 왜 이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할까?
동방박사는 성경에서 별을 보고 유대의 왕이 나셨다는 것을 알게 된 동방의 현자들이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마태복음 2:2
스페인에서는 동방박사들을 Reyes Magos(레제스 마고스)라고 한다.
우리식으로 동방에서 온 박사(현자)는 그리스어로 '마고이'로 '꿈의 해석자'이다. 그리스 역사가 헤도도투스는 '메데인중 꿈을 해석하는 특별한 사제 계급'이라고 했다. 복음서의 저자 마태는 이들을 원문에서 천문학적 지식을 가진 '마고스'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고대 동방의 천문 학자이자 점성술사들이었던 그들은 아기 예수가 나신 곳까지 별을 보고 찾아온다.
그리고,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위엄과 신성함, 영속성의 상징이 있다.) 귀한 선물을 전해준다
이렇게 아기 예수께 선물을 주었다 하여, 귀하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전통이 생겨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문화식으로는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선물은 없었고, 동방박사의 날 전통에 따라 아이들이 원하는 (때로는 부모가 주고 싶어 하는) 선물들을 준비해서 준다.
아이들은 동방박사에게 몇일전부터 편지를 쓰고, 자기전에 신발을 머리맡에 둔다.
못된 아이들은 석탄을 선물로 받는다. (사진출처. miarevista.es, cabronews.com y elmundo.es)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안 주시는데, 동방박사들은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독특한 선물을 준다.
짜증 내고, 장난이 심한 아이들, 일명 못된 아이들은 "Carbon(까르본)", "석탄"을 선물로 받는다.
석탄을 주는 나름 이유가 있다. 아기 예수께 전해준 선물이 황금, 유향, 몰약이라고 했는데 이것들을 모두 태우면 것과 같다는 거다.
잘못된 행동이 귀한 것도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자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맡에 석탄이 놓여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요즘은 설탕으로 만든 석탄 모양의 사탕들도 있다.
크림이 들어간 부드러운 스페인식 케익 로스콘 (사진출처. rtve.es, productoSantaGema)
동박박사의 날 특별히 먹는 음식도 있다.
Roscon de reyes (로스콘 데 레예스)이라는 스페인식 케익인데, 달게 절인 과일을 올라간 둥그런 빵으로 부드러운 빵과 달콤한 크림의 조화가 후식으로 제격이다. 재미있는 건 빵속에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는데, 자신이 받은 로스콘 조각에 작은 도자기 인형같은 것이 들어 있으면, 올해 행운이 온다는 뜻이고, 대신 콩이 들어있는 조각이 걸리면 그 사람은 로스콘 값을 낸다.
세명의 동방박사 멜초르, 가스파르, 발타사르 그들은 예수의 탄생일 며칠 후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며칠 지난 1월 6일이 동방박사의 날이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박싱데이라고 해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페인에서는 1월 6일이 지나야 공식적인 선물 주는 날이 마치므로 7일부터 대대적인 바겐세일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동방박사로부터 선물을 받아 좋고, 어른들은 다음날부터 세일이 시작되니 좋고, 그러고 보니 모두가 기다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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