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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그리다 벨라스케스 아크라네의 공방

by 0** 202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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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왕실화가 벨라스케스 아크라네의 공방-프라도 미술관

 

바로크, 매너리즘, 인상주의 등등 시작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한 화려함에 아름다운 진주이지만 마치 다듬어 지지 않아 보기가 불편하다는 의미로 '불규칙한 진주'란 뜻이 "바로크"이고,

르네상스의 명작들을 답습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져 이저저도 아닌듯 한 의미인 "마니에리스모" (우리말로 매너리즘),

인상주의 역시 자연의 풍광을 보며 나오는 탄식같은 '인상적이구나'라는 말에서 나왔다.

 

지금이야 새로운 화풍의 시대를 연 화가들은 대단한 영광이라 여기고, 예술사에 자신의 이름이 기억됨을 목표로 계속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웠었다. 그려진 인물과 메시지 더 나아가 주문자의 의도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정신이 나갔거나' , '어떻게 해도 주문자가 만족할 것이라는 굉장한 자신감' 둘 중 하나의 경우가 많았다.

 

벨라스케스는 두번째의 경우이다. 24살에 왕실화가로 발탁, 펠리페 4세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 루벤스 로부터의 인정 등등.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1655-60 La fábula de Aracne 벨라스케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의 '아라크네의 공방'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로 인간 아라크네와 신 인 아테나와의 베틀짜기 battle의 한 장면이다.

아라크네는 인간세계에서 베틀짜기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이다. 림프들 마저도 그녀의 베짜기 기술에 놀라고 칭송한다.

교만해진 그녀는 인간세계는 물론, 신의 세계에서도 자신이 최고임을 자부하게 되고, 그녀의 교만함을 꺽고자 노파로 변한 아테나와 베짜기 시합에 이르게 된다. 노파는 그녀에게 신들을 조롱해서도 안되고 겸손해야 함을 얘기했지만, 아라크네는 오히려 신들을 조롱하는 내용을 베 폭에 새겨 넣었다. 결국 아테나의 분노를 산 그녀는 죽어 거미가 된다는 이야기 이다.

 

벨라스케스 작품의 특징중 하나는 생생함과 현장감이다. 구스타프 쿠르베의 사실주의를 200년 앞서는 사실주의의 전조 아닌가 싶다.

작품속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인물들의 역동성과 생생함도 이 작품의 특징이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것중 하나는 노파로 변한 아테나가 짓고 있는 베틀이다. 마치 베틀이 현재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벨라스케스의 아라크네의 공방

동영상으로 볼 때 처럼 화면속의 바퀴가 돌아가는 속도감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림속에 속도감을 표현한 것을 '미래파'의 한 요소로 본다.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인물들을 표현하고 4차원적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는 것은 시도 자체도 놀랍지만, 표현이 되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베짜기에 여유있는 젊은 아라크네와 신의 자존심을 걸고 이겨야 하는 아테나의 다급함이 베틀이 돌아가는 속도를 통해 느껴진다.

젊음과 나이듦을 대비적으로 그려놨고 배경의 테피스트리와 전면의 공방의 장면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다시 보는듯한 느낌도 준다.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시도와 이야기를 넣어 놓은 미래파의 전조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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