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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nife

스페인에서 김치 #스페인에살고있는

by 0**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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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한국에서는 김치를 담가먹는 일이 없었다.

양가 어른들이 보내주신 것 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급하면 근처 슈퍼에서 한 팩씩 사다 먹으면 될 일이었다. 한번은 시도해 봐야지 했지만 바쁘기도 했고 그닥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사실 '김치 없으면 못 살아'하는 세대도 아니고 '찬물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게 최고지' 라는 시대도 지나 살았다. 게다가 천국을 자처하는 분식집 마저서도 기본 반찬이다 보니 소시지 볶음이나 어묵 볶음 등이 곁들어 나올라 치면 젓가락 한 번도 닿지 않게 된다. 없으면 한소리 나오지만 나온다고 그닥 기쁠 것이 없는 찬으로 전락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음식을 잘 가리지도 않고, 느끼한 외국 음식도 잘 맞아' 하더라도 한국 사람이 한국 음식을 안먹고 살기는 어렵다.

외국에선 한국 음식이 귀하다. 물론 요즘은 전 세계 지역에 한국 식당이 있다. 거기서 사 먹을 순 있다. 그렇지만 계속 사 먹기만 하기도 부담이다. 한국 에서는 어지간한 백반 집에서 만원이면 식사하는 데 무리가 없다. 원하는 메뉴에는 반찬과 물은 기본이다. 하지만 스페인 에서는 다르다. 물 부터 사 먹어야 한다. 그리고, 반찬도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치를 꼭 먹고 싶어 주문하면 한 접시당 5유로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5유로는 1400원 환율 기준으로 7000원)

한 끼 식사를 하려면 기본 인당 20유로는 생각해야 한다. 3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끼 정도만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면 3명 * 20유로 * 4주 * 1400원 하면 한 달에 그것만 해도 33만원이다.

삼겹살이나 오랫만에 회식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백반, 찌개 등을 먹는 경우를 말한다.

유학생이나 벌이가 평범한 이들은 한국 식당에 일 주일에 한 번 가는 것도 부담이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이 대도시의 경우에는 그나마 한국 식당이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두 도시를 제외한 다른 도시에는 거의 없다. 시내 중심에 살고 있거나 차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식당에 가는 일이 큰 맘 먹고 여행하듯 가는 것이다.

 

식당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이젠 직접 나서야 한다. 다행히 스페인 슈퍼에서도 쌀을 판다.

집에서 밥을 하고 식사를 할라치면 한국 에서는 그닥 생각도 없던 김치가 그렇게 생각난다.

찌개를 끓여 먹으려 해도 김치가 아쉽고, 라면의 완성은 곁들여 먹는 김치라는 말까지 생각해 낸다. 옆집에서 김장했다고 가져다 주는 김치도 없다. 슬리퍼 신고 나가 근처 백반 집서 한끼 사 먹으면서 곁들여 나오는 김치도 없다.

알아서 해 먹어야 한다.

 

정착 초기 선배들은 지금보다 외국음식에 대한 낯섬이 더 심했고,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었다고 한다. 김치를 그렇게 먹고 싶은데 배추 자체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양배추를 구해다가 담가 먹었던 선배들도 많다.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요즘은 배추를 판다.

운이 좋으면 카루프같은 큰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런데 대형 마트에서 파는 것은 정말 가뭄에 콩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배추 구매처 : 일명 모로코 가게다. 소규모의 도시 이상의 마을에는 대부분 모로코인들이 운영하는 Don Frutos라는 가게 등이 있다. 야채, 과일 등을 마트에 비해 아주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곳에 가면 Col china라고 불리우는 배추를 만날 수 있다. 상태도 제법 괜찮다. col이란 말은 양배추, 캐비지다 col china는 중국식 양배추다. 스페인에서 파는 배추는 우리 배추보다 조금 더 수분이 많긴 하다.

 

그리고, 스페인은 소금이 좋다. 소금 광산이 따로 있을 정도로 소금이 풍부하다. 우리네 천일염을 따라잡을 수준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최소한 중국산 화학처리가 된 소금 보다는 훨씬 좋다.

스페인 사람들도 물론 고추를 먹는다. 가루도 만든다. 메르카도나라는 마트에 가면 고추가루를 구할 수는 있다. 후추나 향신료 파는 코너에 있다. 색깔도 훨씬 연하고 맛은 맵다기 보다 좀 달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은 그것도 맵다고 한다. 우리네 맛을 내려면 국산 고추가루를 사야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 고추가루는 한국 식품점에서 살 수 있다. 액젓도 한국 식품점에서 구하는게 낫다. 브랜드 별로 나와 있다. 정 구할 수 없을 때는 Fish salsa라고 하는 생선 액젓과 비슷한 것을 구할 수 있다.

 

이제 재료는 모두 준비되었다.

손질하고, 절이고, 담그는 일은 각자의 손맛이다.

그래도, 이젠 이 맛이 최고의 김치맛이다.

익숙함과 흔함으로 가치를 몰랐던 것에서 이젠 작은 것 하나도 무척 귀하게 생각된다.

 

언젠가 한국에서 오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히려 한국 식당에서는 요즘 중국산 김치를 먹는데 스페인에 오니까 한국산 고추가루와 액젓으로 한국 사람이 담근 김치를 맛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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